사회,문화 | 인기 없어도, 혼자여도 나는 소중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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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지영 작성일20-01-28 20:09 조회8,566회 댓글0건본문
인기 없어도, 혼자여도 나는 소중한 존재
인기 없는 남자들 모임(인남모) 운영자 ‘고나리자’ 인터뷰
<인남모 페이지 배경사진=출처 페이스북>
세상 사람들이 ”인싸“가 돼야 한다고 외치는 속에 여기 ”우리가 인기가 없지 인성이 없냐“고 스스로 “인기 없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기 없는 남자들 모임(이하 인남모)’이다.
<인남모에 올라오는 게시물=출처 페이스북>
인남모의 관리자인 ‘고나리자’는 경향신문 인터뷰(2019. 7. 16)에서 “인기 없는 사람들의 자조나 유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기가 없지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커뮤니티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며 인남모를 “인기 없는 사람을 놀리기 위함이 아닌 인기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당당해지는 걸 목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것이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수처작주 입처개진’(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 있는 그곳이 진리의 세계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고나리자’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필자는 사전에 고나리자의 허락을 얻어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Q :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기 없는 남자들 모임(이하 인남모)을 운영하고 있는 고나리자라고 합니다. 어쩐지 불교연합회라고 하니까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Q : 인남모란 어떤 모임이고, 어떻게 해야 가입할 수 있나요?
인남모는 인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를 자조하고 위로할 수 있는 모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남모 회원가입은 다른 절차는 필요 없고,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Q :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니 페이스북 메시지로 청년들에게 연애를 비롯한 각종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종종 해드리고 있습니다.
Q : 요즘 대학생들의 고민 중 하나가 미숙한 대인관계 때문에 받는 상처라고 합니다. 인남모 고나리자로서 그런 고민을 안고 오는 분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사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미숙함 때문도 있지만 모든 문제가 미숙함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보단 일단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죠.
Q : 제가 앞에서 ‘미숙함’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건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완벽함”, “성숙함”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그럴 수는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모두가 인기 있을 수 없고, 모두가 연애할 수도 없는데, 당당하게 인기가 없어도 괜찮고 연애를 못 해도 괜찮다고 주장하시는 점이 놀랍습니다.
사실 그건 자조이지만 현실이기도 합니다. 인기나 연애라는 건 사실 오래된 개념이 아니에요. 남녀 관계든 동성 간이건 연애라는 개념이 한국 사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연애는 연애라는 관계에 대해 굉장히 획일적으로 바라보게 되죠. “정상연애”라는 이름으로요. 그렇지만 연애 못 하고 인기 없는 사람들은 현실에 심심치 않게 존재하지요. 마치 성 소수자처럼요.
Q : 하지만 인남모 회원들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우리가 인기가 없지 인성이 없냐”라고 외치며 오히려 자신들의 당당함을 드러내고, “인기 없음”을 긍정적인 아이덴티티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불교에서 말하는’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건 제 성향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 전공이 문화인류학인데 대부분의 수업에서 편견과 소수자성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물과 사회의 상대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죠. 내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좀 뻔뻔해진달까요.
Q : 그렇군요. 앞서 말씀하셨던 “정상연애”와 같이 남들이 정한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려 하지 않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자 하는 인남모의 모습이 마치 불교에서 추구하는 “참 나”를 연상케 합니다. 인남모가 불교의 어떤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차이점도 있고 공통점도 있는 것 같아요. 인남모에서는 인기가 있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자체는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대신 그러려면 본인에 대한 깨달음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그다음이 본인에 대한 수행으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상담을 해주죠.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기보다는 본인에게서 찾고 본인을 가꾸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인남모의 모습은 불교 수행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군요. 저희 대불련의 모토는 “언제 어디서나 주인 되는 무한능력발전소”로 앞서 설명드린 ‘수처작주 입처개진’에서 유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주인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불련과 인남모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
대불련과 인남모 회원님들은 어디서 무얼 하건 본인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편견에 대해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 자신은 본인 자신의 평가가 최우선이라는 걸 명심하시고, 당당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KBUF 불담기자단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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