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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 [영화 사바하 리뷰]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본성이 아닌 우리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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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지영 작성일20-03-31 12:17 조회91,1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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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리뷰]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본성이 아닌 우리의 행위

<사바하>와 젊은이 바셋타 – 불교에서 보는 본성의 문제

  

강원도 영월의 어느 마을, 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그런데 평범한 동생과 달리, 쌍둥이 언니는 털로 뒤덮이고 손가락이 여섯 개인 흉측한 모습이다. 아이의 조부모는 차마 ‘그것’을 죽이지 못하고 창고에 가두어 키운다. ‘그것’의 음기에 이끌린 무당이 창고에 접근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뱀’들에게 공격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강렬한 도입부가 보여주듯이 <사바하>는 한국에 드문 정통 오컬트 영화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러했듯, 오컬트 영화에는 의미심장한 상징들이 종종 등장한다. <사바하>에서는 동물이 상징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편인데, 그 중 영화의 초중반을 지배하는 동물이 바로 ‘뱀’이다.

이것은 미스테리한 종교집단 ‘사슴동산’을 조사하던 주인공 박웅재 목사가 ‘사슴동산’의 경전을 해석하던 중 “뱀을 죽여야 한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이 경전에 따르면 ‘뱀’은 ‘미륵’을 살해하는 존재이며, ‘미륵’의 수하인 사천왕들은 ‘뱀’을 죽이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렇다면 뱀은 어떤 동물인가? 뱀이 어떤 느낌을 주는 동물인지 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마도 인류사에서 가장 유명할 뱀, 바로 에덴동산의 뱀 말이다.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창세기의 뱀은 하와를 속여 선악과를 먹는 죄를 저지르게 하는 유혹자이다. 그 결과로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며 뱀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다니며 먼지를 먹어야 하는”저주를 받는다. 뱀은 창세기를 제외하고도 성경에서 50여 차례나 등장하며, 대부분 악마 혹은 죽음의 상징물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악의 상징물로서의 뱀은 성경이 아니더라도 서구 문화권에서 매우 흔하게 등장한다. 영웅 헤라클레스를 죽인 것은 결국 아홉 머리 달린 뱀인 히드라의 독이었으며, 북유럽 신화의 주신 토르를 죽인 것 또한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였다. <해리 포터>에서도 뱀은 주인공의 적 슬리데린과 볼드모트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미루어 보아, <사바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뱀’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해 보인다. ‘뱀’은 ‘악’이며, 뱀이 수호하는 ‘그것’ 또한 악한 존재일 것이다. 그것이 사는 창고를 비출 때마다 등장하는 음산한 연출과 기이한 사건들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추긴다.

그렇다면 <사바하>의 ‘그것’과 ‘뱀’은 진실로 악한 존재인가?

 

2편에서 계속

 

KBUF불담기자단 신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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