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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 [CAMPUS 108] 가끔씩 떠나야하는 이유(우연한 인연이 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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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지영 작성일20-01-28 20:07 조회6,4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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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떠나야하는 이유

우연한 인연이 주는 깨달음

 

 종강 후, 많은 친구들이 여행을 떠났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다. 한 학기동안 잘 버틴 나에게 준 선물은 크로아티아 여행이었다.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꾹꾹 쌓아온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맘 편히 쉬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보다 신경 쓸 것이 제법 많아서 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선 자연스러운 몸짓들이 문화권이 다른 크로아티아에선 어떻게 인식될지 몰라 조심스러웠다. 여행의 영어표현인 ‘travel’이 프랑스어의 고생·고역을 의미하는 ‘travail’에서 파생됐다는 이야기가 와 닿은 순간이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은 나에게 꽤나 중요한 가치를 느끼게 해줬다. 나는 지중해의 반짝이는 물결을 보며, 일상에서 떨쳐내지 못한 상처들을 파도에 씻겨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바다가 나의 아픔을 치유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낯선 장소에 머물면서 평소 일상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상처들로부터 저절로 멀어진 것이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과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쉴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中-



 

고 3때 입시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조립하던 스타워즈 레고 

저 레고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분명 나의 여행이 치유는 아니었다. 해방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이 가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목표하지 않은 수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데이비드 쉴즈의 말처럼 잠깐 머무는 어색한 장소에서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익숙한 나의 손때가 묻지 않았다. 스쳐 지나갈 뿐이다. 설령 마음의 상처가 각인된 물건이나 장소가 생긴다 해도 또 다시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이 끝난 뒤 일상에서 익숙한 상처들과 다시 마주했지만, 이전처럼 크게 힘들지 않았다. 떠남에서 내려놓음을 배운 게 아닐까.

 

 객지를 돌아다니는 여행과 같은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고, 우연한 인연으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는 궁 밖으로 나갔다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목격하고, 삶이 윤회라는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싯다르타 태자는 출가를 결심하고, 기나긴 고행 끝에 삼라만상의 진리를 체득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거듭났다. 어찌 보면 지금의 불교는 싯다르타 태자라는 인물이 궁 밖으로 떠난 여행에서 우연한 기회를 만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집을 떠나 고행을 겪고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가끔씩은 어디론가 떠나서 얻는 새로운 경험이 삶의 해답을 안겨줄 때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나의 크로아티아 여행뿐만이 아니라 템플스테이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자주 떠나는 이들과의 대화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템플스테이한 아름다운 절과 그 자연의 모습

<충북 음성군 광명선원 공식홈페이지 사진>


 당신은 지금 어떤 고민에 휩싸여 있는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진 않은가. 머리가 아파 잠시 떠나고 싶지만 그것이 마치 직무유기인양 겁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 답은 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멀리 떠나기 힘들다면 집 근처에 있는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한번쯤 머릿속을 비워보는 건 어떨까.


KBUF 불담기자단 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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