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회 | 너무 좋은 불교, 훗날 ‘내 학생’들에게 멋진 인성교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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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불련 작성일19-05-17 12:05 조회4,196회 댓글0건본문
대불련 제주교대 불교학생회 니르바나는 동문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재학생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재창립 했다. 사진은 지난 4월25일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된 캘리그라피 특강 이후 청년 불자들의 바람이 담긴 글자를 한 장씩 들고 찍은 기념사진. |
교대 내 유일한 불교동아리
올해 신입 법우들만 40여명
동문 선배들 아낌없는 지원
편안한 힐링처로 각광 받아
졸업한 선배 동아리방 찾아
재능기부 형식 강좌도 열어
“후배들 보기만 해도 흐뭇”
갓 스물을 넘긴 앳된 얼굴의 한 학생이 무대에 오르더니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다름 아닌 목탁. 1학년 새내기부터 3학년까지 300여 명의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신나게 목탁을 쳤다. 불교 동아리라고 잘 놀 줄 모른다거나 마냥 조용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야심경 랩을 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동영상을 보여주며, ‘교대 유일 불교 동아리, 최대 종교동아리, 행복한 니르바나로 오라’고 소리쳤다.
올 초 새내기 배움터(새내기 맞이 행사)에서 홍보에 나섰던 권하늘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주교대지회 니르바나 회장(초등과학교육전공·3)의 이야기다. 똑 부러지는 당찬 매력을 뽐낸 그의 모습은 지금도 학우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혼신의 힘을 쏟은 모습에 학생들 마음이 동한 것일까. 그로부터 얼마 뒤, 니르바나는 신입 법우 모집에 성공했다. 한 달 여 동안 총 40명이 가입한 것. 교대 내에서도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동문 선배들 지원이 가장 빵빵한 동아리, 스케줄 우선 존중, 전국의 다양한 대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홍보가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 수도 20여 명에서 총 80명으로 대폭 늘었다. 최근 전 회원이 회비도 완납했다. 동아리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4학년을 제외한 350여 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불교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역시나 예사롭지 않은 권 회장이다. 지난 4월25일 만난 권 회장은 “부모님 모두 대불련 출신”이라고 했다. 발표 과제 때문에 전날 밤을 꼴딱 새고 오전 수업을 무사히 끝낸 뒤 동아리 방으로 달려와 들려준 말이다. 부모님은 대불련 전북지부에서 활동했다. 어머니는 대불련에 이어 대한불교청년회에서도 활동하며 ‘모범 불청인’으로 2013년 포교원장상 까지 받았다.
곁에서 듣고 있던 친구들도 권 회장을 가리키며 “어마어마한 분이셨네”하며 놀란다. “어릴 때부터 매일 같이 절에 갔고요, 남원에 살 때 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하고 도량 쓰레기도 줍고 그러다보니 대학교 입학해서 불교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네요.”
불교동아리 니르바나에 모셔진 부처님. |
자비로운 부처님이 내려다보고 있는 동방은 지금, 대학생들의 ‘최애(最愛)’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컴퓨터, 프린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다 모아 놨다. 이날 찾은 동방에는 혼자 혹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곳으로 몰려왔다. 산적한 실습 과제에 골머리를 앓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권 회장은 니르바나 덕에 학점도 올랐다. 낯선 타지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권 회장은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대학 1학년 땐 산더미 같은 과제 속에 갖가지 알바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는 권 회장은 2학년 때 동아리가 생기고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신념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했다. 미래의 초등 교사가 되는 만큼 “(불교 공부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집착은 내려놓고, 아이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싶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이날 동방에서 만난 권하늘 제주교대지회장(가운데), 이해인(사진 맨 앞), 최윤실 씨. |
회원들도 이구동성으로 “불교 동아리가 좋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연등회 연등행렬과 템플스테이를 하며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쌓았다.
최윤실(사회과교육전공 2) 씨는 “법회를 하면서 마음도 가라앉히고 좋은 사람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모든 일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가르침도 좋다. 졸업 후에도 사찰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생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내기인 박건(초등사회과교육전공) 씨도 “파라미타에서 활동하면서 불교와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가끔씩 혼란스러울 때마다 절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선배들도 친절하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들이 대거 들어와 성공적”이라는 박 씨는 “청년 불자들이 많아져서 불교가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강 시간 실습 과제 수행을 위해 온 장민정(초등영어전공 2) 씨도 “같은 과 선배 추천으로 동기들과 함께 가입했다”며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교사가 된 이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해인(초등과학교육전공 3) 씨는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팔정도가 좋다”고 했다. 이 씨는 “인성교육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불교 가치관은 초등교육에서 강조하는 교육가치와도 잘 맞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정진해 미래 저의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제주 지역 불교 동아리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주 지부는 대학생 불자인구 감소로 인해 2009년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었다. 대학 내 불교 동아리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현 지회장 말마따나 지난 10년의 공백을 딛고 지난해 재창립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문 선배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주효했다. 동문회는 도내 대학에서 자취를 감춘 대불련 활성화를 위해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등 침체된 조직 활성화를 위해 앞장섰다. ‘동문자녀 대불련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재학생 확충에도 돌입했다.
이런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재학생들의 노력이 더해져 지부가 다시 문을 열었고, 제주교대에도 불교학생회가 다시 생겼다. 지난 3월 말엔 선후배들이 제주 제석사에서 한 자리에 모여 재창립 1주년 기념 법회도 가졌다. 선배들은 동방을 탈바꿈시키는데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니르바나는 제주교대에서 단연 인기 있는 동아리로 손꼽힌다.
동문 선배들은 법회나 행사 때도 꼭 참여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마침 학교를 찾은 이 날도 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지부 동문 82학번인 이명숙 씨로부터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시간을 가진 것. 6~7평 남짓한 동방에서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 아래 빈 강의실을 빌려 특별활동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삼귀의와 반야심경도 봉독했다.
재능기부 형태로 후배들을 만난 이 씨는 “청년 불자들을 보기만 해도 기쁘다”며 “대학 시절 부처님을 만나 마음과 삶이 풍요로웠고, 후배들도 이 길을 같이 걸었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후4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특강을 통해 선후배 간의 돈독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에서 제주 불교의 밝은 미래도 영글어 가고 있었다.
[불교신문3487호/2019년5월11일자]
제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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