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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 잠들고 있던 흑염룡, 아니 댄스본능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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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불련 작성일19-05-03 18:03 조회5,0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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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고 있던 흑염룡...아니 댄스본능이 깨어난다

밀착취재: 불담기자단의 연희단 체험기!

****

 

“왼쪽-! 오른쪽!”

“오스!”

“어이! 어이!”

 

한국인이라면 친숙할 풍물 음악과 활기 넘치는 연희단원들의 구호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단원들은 구호를 외치는 단장을 정확한 박자로 따라 몸을 움직였다. 다같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연희단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힘든 내색 없이 모두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오스’*라는 우렁찬 구호와 웃음소리가 연습실 밖으로 울려퍼졌다.

*‘오스!(押忍!)'’는 닌텐도 DS에서 만든 리듬게임 ‘응원단 3부작 시리즈’에서 나온 응원구호다.

 

지난 4월 13일, 동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연희단이 단체 안무연습을 진행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의 유일한 댄스 소모임인 연희단은 매 주말마다 모여 풍물음악에 맞춰 안무를 연습한다. 이들은 5월 4일과 5일 종로일대에서 열리는 연등축제에서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작년 비가 내렸음에도 굴하지 않고 안무를 추던 연희단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흐린 하늘 밑과 대비되는 환한 웃음과 유쾌한 몸짓에 매료된 것이 엊그제 같았던 터였다. 기자단만 아니었으면 연희단으로 뛰어가 춤만 추고 싶은 마음이었다. 벌써 일년이 지나 다시 새로운 무대를 위해 연습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필자는 벅찬 마음에 하루라도 연희단원 체험하고자 했다.

 


2018년 연등축제 '어울림마당'에서 비를 맞으면서 안무를 추고 있는 대불련 연희단. 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위치한 사람이 김가언 현 연희단장이다.

 

 

****  10시 30분, 시계가 연습시작을 알렸다. 김가언 연희단장(서울여자간호대 17)은 안무 영상을 틀며 잠자는 듯 고요한 연습실을 깨웠다. 사람들이 하나 둘 느지막히 도착했고, 안무 영상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거나 서로 안무를 맞춰보며 시나브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정식 연습시작 전임에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춤추기 시작한 단원들을 보면서 필자도 안무를 따라했다.

 

안무는 총 세가지, 등단율동(대불련은 5등단)과 단체율동, 청년율동을 외우면 됐다. 각각‘연등들어 밝히자’와 ‘우리함께 연등회’, ‘ 손잡고 빙글빙글’의 주제가 있었다. 율동 주제는 그대로 안무에 반영됐다. 옆사람과 팔짱끼고 빙글 빙글 돌기, 얼쑤- 소리가 절로 나도록 어깨춤 추기, 마무리 즈음에는 단체로 강강술래를 하면서 가운데로 모였다가 풀어지기와 같은 동작이 주를 이뤘다. 관절을 꺾거나 웨이브를 하는 것과 같은 기교따위는 필요없는 안무들을 보고 ‘이 정도면 댄싱머신처럼 출 수 있겠다’는 필자의 자신감이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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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연희단원들과 오른팔, 왼다리를 뻗으며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는 왕지영기자.

우) 쉬는 시간 지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왕기자

 

하지만 쉬운 동작이라도 한시간, 두시간 걸쳐 계속 반복하다보니 필자의 팔에 점점 힘이 빠지고 발을 헛딛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막에 단비와 같던 쉬는 시간에는 기어코 주저앉고 말았다. 옆에서 김민겸 단원(한국전통문화대 17)이 “오늘이 가장 체력소모가 심하고 힘들었다”고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주저 앉은 필자와 달리 다른 연희단원들은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기운을 차린 듯 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수다를 떨고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에, 주말마다 율동이라 쓰고 체력단련이라 읽는 이 훈련에 적응한 연희단원들이 대단했다.


 

연희단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희단장은 이번기수부터 새로운 공연복을 입고 활동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시 연습을 시작할 때 서로를 격려하며 기합을 넣는 연희단의 모습

 

****

 

“미기(오른쪽)! 히다리(왼쪽)!“

 

응? 다시 시작한 연습 도중 갑자기 일본어가 들렸다. 알고보니 연희단원중에 일본인이 있었다. 양손을 번갈아 흔드는 동작에서 단원들이 계속 헷갈려하자 김단장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번갈아써가며 안무를 알려줬다. 김단장의 외국인단원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당시 연희단에는 3명의 외국인 단원이 있었다. 모두 남서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이었다. 그 중 스즈키 리사(21세)단원은 한국에 와서 “유튜브에서 예전 연희단 영상을 보고 연희단에 반했다”고 연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https://lh5.googleusercontent.com/d6Q8umLJBxPNkSSY_lqZB0o2mzvkxJMs3-J7K7SZym8k82-8zIgGZiMsOcRgYqx-5tWYzN8tvHmEZj-dV5ErXgSiZfarwiPCtq66vAsaBkweWa9izvXW6TzqbFHm87HjzWZGhQR-

(왼쪽부터)시라이시 모모나(21), 스즈키 리사(21), 데라다 아야노(21)는 남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사진 가운데의 유인수단원(남서울대 14)의 소개로 연희단을 알았다. 13일에 처음 연습에 참가한 이들은 비록 한국말이 서툴러도 단장의 지시에 따라 땀 흘리도록 열심히 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노래들에 맞춰 단원들은 자동응답기처럼 몸에서 춤을 재생했다. 필자도 안무를 당일 처음 익혔음에도 팔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어떤 부분에서 팔다리를 접고 뻗어야 할지 이미 자율신경계에 본능으로 자리잡힌 듯했다. 연습 초반에 단원들끼리 약간씩 엇박으로 췄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박자에 딱딱 맞는, 이른바  ‘칼군무’를 시전했던 것이다.

 

선두에서 안무를 이끌어가던 김단장은 한사람 한사람 춤 추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안무를 틀린 단원이 있으면 다가가 1대1 안무 과외를 진행했다. ‘삐그덕 삐그덕’. 하지만 단장의 1대1 과외에도 불구하고 김모 단원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할 어깨춤을 행사장에서 흔들리는 풍선인형이 접혔다 펴지는듯 절도 넘치게 추는 바람에 모두에게 한바탕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4월 13일 연희단에서는 처음 온 사람도, 처음 온 사람을 맞이하는 사람도 스스럼없이 다 같이 웃고 놀았다. 마치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있는 듯 편안하고 즐거웠다. 국경까지 초월해 춤 하나로 조화로움을 이뤄내는 것이 연희단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2019년 5월 4일과 5일, 연희단이 당신들을 기다립니다”

 

KBUF 불담기자단 왕지영 단장, 이나연 기자

사진기기 협조: 김민겸(한국전통문화대)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 현대불교신문 윤호섭 기자 불교신문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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