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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 [CAMPU S108] 과학과 불교의 만남: 우리는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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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지영 작성일20-01-28 19:30 조회3,2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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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불교의 만남]우리는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생태계 구성 원리로 본 불교의 연기법

 

깨달음 그 자체, 연기법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는 당시 인도의 수행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수행법을 따라 6년간 고행한다. 그러나 그는 고행의 무익함을 깨닫고 네란자라(neranjara)강 보리수나무 아래서 선정에 든다. 그곳에서 그는 삼라만상 우주의 원리와 인간 생사에 관한 진리를 깨닫고 붓다로 거듭난다. 그 후 붓다는 진리를 세상에 전하는 문제로 고민을 하다 이 말을 꺼낸다.

 “순종하고 신앙할 대상이 없으면 고통스럽고 타락하게 되지 않겠는가?…정법(正法)이 있어 나로 하여금 자각하게 하였으니 내 마땅히 그것을 존중하여 받들고 의지해 살아.가리라”

《잡아함》 권44, <1188 존중경>

 붓다가 깨달은 직후 말한 ‘정법’이란 바로 ‘연기법’이다. 붓다가 연기법을 받아들여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불교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을 지향한다. 우주만물의 이치와 사람이 마땅히 자비로워야할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연기법이란 무엇일까?

 

연기법이란?

 연기법은 인연(因緣)에 따라 생겨남의 준말로, 이 세상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은 없다고 본다. 연기법은 경전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으나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표현은 다음과 같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此無故彼無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此滅故彼滅

《잡아함경》 제30권 335경 <제일의공경>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존재하고, 생성되고, 사라지는 것은 이것과 저것은 예외 없이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즉, 모든 사물은 독자적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런 설명만으로 연기법을 이해하기 힘들다면,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생태학자 뮤어는 “어떤 것을 따로 끄집어내려고 할 때 분명한 것은 우주만물 삼라만상이 그것에 걸려 딸려 나온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생태학자인 뮤어는 오랫동안 자연의 생태계를 관찰한 결과 인간과 자연이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이해했다.

14마리의 늑대

 생태계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있음을 알 수 있다. 생명체는 외부에서 먹이(영양분)를 섭취해 살아가기 때문에, 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이나 생명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먹고 먹히는 현상이 순환해 먹이사슬을 이루고 그물망처럼 서로 얽히게 된다. 하지만 생태계의 연기적인 관계를 간과하지 못하고, 인간의 외부적인 압력으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진 적이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1930년대 늑대가 사라졌다. 주변 농부들이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19세기 말부터 계속 잡아들이기 시작하면서다. 늑대가 사라지자 잡아먹힐 일이 없어진 사슴과 엘크의 수는 크게 늘었다.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가 부족해진 사슴과 엘크는 강가의 나무까지 먹기 시작해 강변 토양이 침식되고, 나무가 부족해진 비버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은 점점 참담해졌다.

 195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리와일딩(Rewilding)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리와일딩은 환경복원사업의 일종으로 사라진 최상위 포식자를 특정 지역에 다시 풀어 놓거나 고속도로 건설로 동물들의 발길이 끊긴 곳을 복원하는 게 해당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간섭으로 망가진 생태계를 이전의 단계로 복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회색늑대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으킨 직접·간접 영향. 

그림=윌리엄 리플 외, <사이언스>

 

 그렇게 14마리의 회색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풀렸다. 회색늑대를 공원에 푼 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늑대들로 인해 사슴과 엘크의 수가 줄어들자,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졌다. 자라난 나무와 풀 덕분에 새가 찾아오고 비버도 돌아와 강둑을 만들었다. 또한 늑대가 사냥하고 남기는 사슴과 엘크의 주검은 청소동물인 회색곰과 까치에게 영향을 끼쳤다. 정말 놀라운 일은 나무의 증가로 인해 침식이 줄어들자 무질서했던 강의 흐름이 정리되고 물웅덩이가 생겨 새로운 서식지가 생겨난 것이다. 늑대가 강물의 흐름까지 바꿔놓으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14마리의 늑대의 연쇄적인 파급효과로 인해,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다시 다양한 종이 살 수 있게 됐다.

 



인드라망, 세상을 표현하다

인드라망 무늬: 연기적 세계관과 정신을 눈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그림

 생태계에서 생명체들이 서로 연결돼 영향을 끼치는 사례를 보면 ‘인드라망(因陀羅網)’이라는 불교 개념이 떠오른다. 인드라망은 말 그대로 인드라의 망, 즉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뜻이다. 인드라는 신력이 뛰어난 신으로 부처님 전생 때부터 그 수행의 장에 출현한다. 인드라의 궁전에는 무한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인드라망)이 있는데, 각 구슬들엔 우주 삼라만상이 찬란하게 투영된다. 인드라망에서 주목할 점은 그물로 연결돼있는 구슬들이 서로가 서로를 환하게 비춰준다는 점이다. 이 모습은 인간세상 또한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는 곳이 아닌, 세계를 구성하는 모두가 서로를 비춰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뜻한다.

 인드라망 무늬는 가운데 사람을 중심으로 해와 달, 식물, 새와 물고기, 네발달린 동물이 연결돼 인간과 자연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표현한다. 즉, 생명체들은 각자의 개체성을 유지하되 한 몸으로 연결된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연결돼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렇게 생태계와 생명체들은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부처님은 현대에 과학적으로 연구된 생태계 연구를 보지 못했지만, 2600년 전 수행을 통해 연기법이라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연결돼있다는 진리를 통해 우리와 자연의 관계 및 생태계의 구성 원리를 이해했다.

 이 글에선 우리가 연기법의 작용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지구의 생명체와 환경의 유기적 관계로 예시를 들었다. 하지만 연기법은 지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린 체감할 수 없을지라도 태양계를 넘어, 은하와 은하계를 넘어, 우주 전체가 나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다.


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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