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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 [영화 사바하 리뷰]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본성이 아닌 우리의 행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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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지영 작성일20-03-31 12:22 조회5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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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리뷰]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본성이 아닌 우리의 행위  

<사바하>와 젊은이 바셋타 – 불교에서 보는 본성의 문제 

영화가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은 중반 박웅재 목사의 질문으로부터다. 사슴동산의 경전에 뱀을 죽여야 한다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본 그는 가까운 후배인 해안스님에게 뱀은 결국 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해안스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불교에는 악이 없습니다. 다만 집착과 욕망으로 인한 번뇌만이 있을 뿐입니다.” <사진출처=사바하>

 

이 부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뱀에 대한 통념과 영화의 연출에 힘입어, 대부분의 관객은 ‘뱀’은 악이고 뱀이 수호하고 있는 ‘그것’ 또한 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선악의 이분법적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저 말을 통해, 감독은 여태껏 공들여 쌓아올린 선악의 대립구조를 붕괴시켜버린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선악의 대립 구도를 부정하는 대사가 승려가 목사를 상대로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일신 종교처럼 기독교는 선과 악을 뚜렷하게 구분한다. 그리고 뱀은 앞서 보았듯 대부분 악을 상징한다. 불교는 어떠한가?


석가모니가 수행하던 중 비가 오자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코브라가 자신의 몸으로 쏟아지는 비를 막았다. <사진 출처=월터스 미술관>

그렇다면 <사바하>의 뱀은 선을 상징하는가? 영화는 언제부턴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불교적 세계관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뱀 = 악’의 구도가 붕괴하고, 여태껏 흉측하게 묘사되던 ‘그것’이 허물을 벗고 미륵으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이번엔 ‘뱀 = 선’이라는 새로운 구도가 등장한다. 원래 악하다 생각했던 것이 악이 아니라면, 당연히 선하지 않겠는가?기독교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뱀이 에덴동산의 뱀이라면, 불교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뱀은 아마도 석가모니의 수행 도중 비가 오자 자신의 몸을 펼쳐 비를 가려준 ‘무찰린다’라는 이름의 코브라일 것이다. 이 덕분에 불교에서의 뱀은 종종 수행자를 수호하는 영물로서 등장한다. 이외에도 불교에서의 뱀의 묘사는 서구권과 달리 긍정적인 묘사들이 많다(뱀과 닮은 상상의 동물 ‘용’이 동서양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요소다). <숫타니파타>에서 뱀은 아직 허물-번뇌-을 벗지 못했으나 정진을 통해 이를 벗어낼 수행자로 묘사된다. 또한 뱀은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을 따르도록 이끄는 관자재보살의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또 다른 오해에 빠지는 길이다. 위의 해안 스님의 대사를 다시 생각해보자. 불교적 세계관에서 처음부터 정해진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한 악마를 피하고 선한 신의 구원을 바라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달리, 불교는 선과 악 그 자체가 아닌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일어나는 고통, 그리고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가 선하느냐 혹은 악하느냐가 아니다. 오로지 번뇌와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론으로 <숫타니파타>의 ‘젊은이 바셋타의 이야기’라는 구절을 들어보자.

3편에서 계속

KBUF불담기자단 2기 신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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